복고 감성의 원류: 당시 음료 라벨이 담고 있던 시대정신
1. 산업화와 대중소비의 상징 – 음료 라벨과 산업화 키워드
1970년대는 한국이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로 진입하던 시기였다. 이 과정에서 음료는 단순한 갈증 해소제를 넘어 산업 발전의 상징으로 소비되었다. 음료 라벨 역시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제품의 기능성과 활력을 강조하는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예를 들어 박카스는 '피로회복'이라는 명확한 키워드와 함께, 청색의 배경에 강렬한 붉은 글씨를 사용해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를 전달했다. 이처럼 당시 라벨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국민의 성실함과 근면함, 그리고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대중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매체였다. 라벨 하나하나가 그 시대의 노동윤리와 생산지향적 사고방식을 응축하고 있었던 것이다.
2. 애국심과 국산 브랜드 강조 – '국산'이라는 정체성 키워드
1970~80년대는 수입품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국산품 애용’을 장려하던 시대이기도 했다. 이는 음료 라벨 디자인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당시 대부분의 음료 라벨에는 'Made in Korea'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인쇄되었으며, 태극 문양이나 붉은색과 파란색의 조합을 활용하여 국산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출처 표기 이상의 의미로, 자국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는 집단적 의식을 시각화한 결과였다. 브랜드명 자체에 ‘대한’, ‘국민’, ‘조선’ 등의 단어를 붙이는 경우도 흔했으며, 이러한 표현은 소비를 애국과 동일시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작용했다. 음료 라벨은 그렇게 국가주의적 디자인 코드의 일부가 되어 국민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3. 건강과 근면의 미학 – ‘기능성’이라는 라벨 키워드
당시 한국 사회는 ‘건강한 신체’와 ‘튼튼한 정신’을 강조하던 분위기였다. 음료 라벨에도 이런 사회적 가치관이 반영되어, 건강·활력·피로회복이라는 단어가 주요 키워드로 사용되었다. 특히 청소년 대상 음료에는 ‘성장’이나 ‘두뇌발달’ 같은 표현이, 성인 음료에는 ‘강장’, ‘면역’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이와 같은 문구들은 단순한 마케팅 문장이 아니라, 당시 정부 주도의 건강 장려 정책과도 궤를 같이했다.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미덕을 소비자에게 주입하던 방식이었고, 이는 지금의 단순 소비가 아닌, ‘올바른 소비’를 유도하려는 라벨의 기능적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 당시 음료 라벨은 곧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국가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4. 순수와 미래 지향 – ‘희망’이라는 감성 키워드
1970~80년대 음료 라벨에는 순수함과 밝은 미래를 상징하는 이미지들이 자주 등장했다. 흰 구름, 파란 하늘, 웃는 아이들의 얼굴, 노을 배경의 산책 장면 같은 감성적 요소는 모두 ‘희망’을 전달하려는 시각적 코드였다. 특히 아동용 음료나 과일 주스 라벨에는 밝은 원색과 동화적인 일러스트가 활용되어, 마치 소비자가 이 음료를 마시는 순간 작은 행복을 경험하는 듯한 연출이 이뤄졌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 기법을 넘어, 군사 정권 하의 통제된 현실 속에서 소비자들에게 상징적 자유와 미래를 암시하는 도피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라벨은 현실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기 위한 작은 창(窓)이었으며, 그 속에 담긴 ‘희망’이라는 메시지는 소비자들의 감정적 공감을 끌어내는 중요한 수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