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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기욤 살롱 재현이 인상 깊었던 전시 : 세잔·르누아르 展 (예술의전당)

지식과 정보 보따리 2025. 9. 21. 21:51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를 맺은 지 14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며 열리는 특별전으로, 개인적으로는 어릴적 피아노 학원 벽에 있던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소녀들> 작품들중 하나를 볼 수 있어서 행복감을 느꼈다.

 

 

 

세잔의 작품 앞에서는 회화가 단순히 ‘보이는 것을 그리는 행위’가 아니라, 사물과 세계를 해체하고 다시 구축하는 철학적 과정임을 실감했다. 르누아르의 인물화는 세잔과 대비되며, 인간다움과 삶의 따스함이 예술에서 어떤 위로를 주는지 다시금 느끼게 했다.

 

특히, 폴 기욤 살롱은 단순히 작품 감상이 아니라, 예술·사회·후원이 얽힌 맥락을 한눈에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예술의 진정한 역사는 작품 그 자체뿐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관계망 속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깊이 체감했다.

 

이번 전시는 세잔과 르누아르를 통해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로 이어지는 거대한 미술사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피카소와 폴 기욤이라는 이름을 통해, 예술이 어떻게 계승·확장되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되는지를 생생히 경험할 수 있었다

 

폴 세잔(Paul Cézanne)과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라는 두 거장을 중심으로, 인상주의의 다양한 궤적과 그 이후 미술사의 결정적 변화를 보여준다.

폴세잔 <사과와 비스킷>

 

세잔은 회화를 단순한 시각적 재현을 넘어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는 구조적 실험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정물화와 풍경화는 형체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입체파(Cubism)의 기초가 되었다. 피카소가 세잔을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 칭한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자신의 창작 언어를 열어준 ‘스승이자 정신적 아버지’로 여겼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피카소의 대표작 *아비뇽의 처녀들(1907)*에는 세잔의 공간 해체 방식이 강하게 드러난다.

 

르누아르는 세잔과 달리 인간과 삶의 따뜻함을 포착했다. 그의 인물화는 빛과 피부의 생명력을 섬세히 표현하며, 회화를 삶의 기쁨을 기록하는 장치로 만들었다. 세잔이 구조와 해체를 고민했다면, 르누아르는 인간 존재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집요하게 탐구했다.

 

전시는 오랑주리·오르세미술관의 명작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구성을 보여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르누아르의 인물화는 전시의 핵심 주제를 선명히 제시한다. 작품 설명 패널은 학술적이면서도 관객 친화적으로 구성되어,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폴 기욤(Paul Guillaume)의 파리 살롱을 재현한 공간은 하나의 클라이맥스로 작동한다. 실제 거실 벽을 옮겨놓은 듯, 기욤이 수집한 작품들이 풍성하게 배치되어 있어 ‘당대 미술의 생생한 맥락’을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세잔의 실험적 회화는 피카소에게 단순한 영감 그 이상이었다. 그는 세잔의 해체와 재구성의 시각 언어를 계승하여 입체파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최근 파리에서 공개된 피카소의 미공개 초상화 〈꽃무늬 모자를 쓴 여인의 흉상, 1943〉은 이러한 맥락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도라 마르를 모델로 한 이 작품 속에서도, 세잔으로부터 물려받은 구조적 해석과 재구성의 흔적이 뚜렷하다. 예술의전당 전시와 함께 이 소식을 겹쳐 읽으면, 세잔 → 피카소 → 20세기 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흐름이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은 단연 폴 기욤의 파리 집을 재현한 전시였다. 기욤은 단순한 컬렉터를 넘어 **에콜 드 파리(École de Paris)**를 후원하며, 모딜리아니와 같은 예술가를 세계적 반열에 올린 인물이다.

그의 거실 벽을 채운 세잔, 르누아르, 모딜리아니의 작품은 마치 미술사의 축소판 같았다. 이 공간을 걸으며 관객은 “위대한 예술은 혼자 탄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즉, 예술가는 창작을 통해 역사를 남기고, 후원자는 그 역사를 사회적 맥락 속에 위치시킨다.

 

아트샵에서 도록 구입 가능

 

 

 

 

 

전시 개요와 관람 팁 !!

  • 전시명 : 오랑주리 - 오르세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
  •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 1,2,3 전시실 (한가람 미술관 아님)
  • 기간 : 2025.09.20(토) ~ 2026.01.25(일)
  • 관람 시간 : 오전 10시 ~ 오후 7시 (월요일 휴관)
  • 티켓 가격 : 성인 22,000원 / 청소년 15,000원
  • 소요 시간 : 최소 1시간 30분 이상 확보 필요
  • 추천 시간대 : 주말은 발권 대기가 있어, 평일 오전 관람 추천
  • 예매 팁 : 얼리 버드 할인 기간은 완료. 온라인 구매나 현장 구매 가능
  • 포인트 : 전시장 내부는 사진 촬영 불가
  • 오디오 가이드 : 현장에서 기기와 어이폰 대여 가능하며, 휴대폰으로 QR오디오 가이드 구입가능 (2000원)

 

아침에 조금 서둘러서 테라로사에서 커피 한잔하고 여유있게 관람 후 주변에 가성비 맛집 나오리장작구이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파랗고 높은 가을 하늘을 만끽한 행복한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