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음료 패키지 연구

우유 탄산 라벨의 시각적 언어 : 밀키스 × 암바사

지식과 정보 보따리 2025. 8. 16. 18:57

암바사 캔 사진 = 국립민속박물관 - e뮤지엄

 

색채 코드로 구현된 우윳빛 청량감

밀키스와 암바사는 우유가 들어간 탄산음료라는 독특한 제품군 속에서, 라벨 디자인을 통해 ‘부드러운 청량감’이라는 맛의 속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해왔다. 이들은 일반 탄산음료와 달리 강렬하고 자극적인 이미지를 지양하고, 색채부터 타이포그래피, 그래픽 모티프, 표면 질감까지 전반적으로 온도를 낮춘 표현을 택한다. 배경색으로는 순백 대신 약간의 크림 톤이 섞인 화이트를 선택해 실제 음료의 우윳빛을 자연스럽게 암시하고, 이를 받쳐주는 보조색은 저채도 하늘색이나 민트, 청록 계열로 안정감을 준다. 밀키스가 택한 연한 블루와 크림 화이트의 조합은 시각적 대비를 완화해 부드럽게 퍼지는 청량감을 전달하며, 암바사의 흰색과 연한 민트 조합은 우유의 부드러움과 차가운 상쾌함을 동시에 담아낸다. 이러한 색감 전략은 일반 탄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강한 원색 대비와 대조를 이루며, 소비자에게 ‘쿠션감 있는 청량’을 예고하는 시각 신호로 작용한다.

밀키스 캔 사진 = 롯데칠성음료

곡선적 타이포그래피가 전하는 부드러움

타이포그래피 역시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밀키스의 워드마크는 브러시 스크립트 계열의 손글씨체를 사용해 획이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끝이 테이퍼 처리되면서 부드러운 질감을 남긴다. 한 번에 그은 듯한 자연스러운 곡선은 크리미한 탄산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반면 암바사는 굵은 산세리프를 쓰지만 모서리를 둥글리고 자간을 넓혀 각진 인상을 줄였다. 이는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고딕체를 쓰는 코카콜라나 칠성사이다와 뚜렷한 차이를 만드는 요소다. 두 브랜드 모두 타이포그래피에서 직선의 날카로움을 줄이고, 곡선과 둥근 획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마시기 전부터 부드러운 맛을 연상시키는 시각적 완충 장치를 만든다.

 

그래픽 모티프의 곡선적 언어

그래픽 모티프에서도 차별성이 뚜렷하다. 밀키스는 별과 방울을 로고 주변에 배치해 동그란 형상과 미묘한 크기 차이로 거품과 포말을 표현한다. 방울의 가장자리는 부드럽게 처리돼 시각적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움직임이 은근히 살아 있다. 암바사는 라벨 하단이나 배경에 물결 패턴을 배치해 탄산 기포와 부드러운 음료 흐름을 동시에 연상시키며, 직선이나 각진 패턴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두 브랜드 모두 직선형 스트라이프나 번개, 리본 같은 ‘강탄산’ 시각 요소를 배제하고, 곡선형 그래픽으로 완화된 청량감을 전달한다. 이러한 곡선 모티프는 제품 속성뿐 아니라 브랜드 개성의 일부로 자리 잡아, 소비자가 멀리서도 부드러운 탄산임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라벨 질감과 정보 구조의 차별화

마지막으로 표면 질감과 정보 구조에서도 부드러움은 이어진다. 전체 라벨을 유광 처리하지 않고, 배경은 무광으로 마감해 빛 반사를 완화하고 은은하게 퍼지는 느낌을 준다. 로고나 별, 물결 등 핵심 그래픽에만 부분 유광 바니시를 적용해 잔잔하게 빛나는 효과를 만들고, 이를 통해 강하게 번쩍이는 일반 탄산과 차별화한다. 전면 라벨은 브랜드명과 감성 카피 중심으로 구성해 여백 비율을 높이고, 영양성분이나 원재료, 알레르기 표기 등 기능 정보는 후면 라벨로 이동시켜 시각적 밀도를 낮춘다. 예를 들어 ‘부드러운 탄산’처럼 촉각 중심의 카피는 전면에 배치해 감성적 메시지를 우선 전달하고, ‘우유 함유’ 표시는 후면에서 명확하게 안내한다. 이렇게 감성과 기능을 분리한 정보 구조는 시각적 가벼움과 명확한 인지를 동시에 달성하며, 라벨 자체가 제품의 핵심 경험을 미리 맛보게 하는 디자인 도구로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