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말하는 와인의 정체성와인 라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바로 빈티지(Vintage), 즉 포도를 수확한 연도다. “2015”, “2018” 같은 연도 표기는 단순히 생산 시기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해의 기후와 수확 환경까지 함축하는 언어다. 와인을 마시는 사람은 병에 적힌 연도를 보는 순간, 그 해의 햇빛, 비, 토양의 기억을 떠올린다. 빈티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자연과 시간의 기록이다. 유럽 와인에서의 빈티지 전통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구세계 와인에서는 빈티지 표기가 특히 중요하다. 포도는 해마다 기후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해의 와인은 전설로 남고, 어떤 해는 평범하게 평가되기도 한다. 예컨대 보르도의 1982년, 부르고뉴의 2005년은 세계적으로 기억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