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음료 패키지 연구 69

우유 탄산 라벨의 시각적 언어 : 밀키스 × 암바사

색채 코드로 구현된 우윳빛 청량감밀키스와 암바사는 우유가 들어간 탄산음료라는 독특한 제품군 속에서, 라벨 디자인을 통해 ‘부드러운 청량감’이라는 맛의 속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해왔다. 이들은 일반 탄산음료와 달리 강렬하고 자극적인 이미지를 지양하고, 색채부터 타이포그래피, 그래픽 모티프, 표면 질감까지 전반적으로 온도를 낮춘 표현을 택한다. 배경색으로는 순백 대신 약간의 크림 톤이 섞인 화이트를 선택해 실제 음료의 우윳빛을 자연스럽게 암시하고, 이를 받쳐주는 보조색은 저채도 하늘색이나 민트, 청록 계열로 안정감을 준다. 밀키스가 택한 연한 블루와 크림 화이트의 조합은 시각적 대비를 완화해 부드럽게 퍼지는 청량감을 전달하며, 암바사의 흰색과 연한 민트 조합은 우유의 부드러움과 차가운 상쾌함을 동시에 담아낸다...

진로 ‘JINRO is Back’— 두꺼비 라벨의 귀환이 만든 문화적 파장

‘JINRO is Back’은 라벨 복각=과거 회귀가 아니라 기억을 현재화하는 기술임을 증명했다. 두꺼비는 단지 귀엽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적 술자리 문화의 온도·속도·농담을 한 화면에 압축하기 때문에 작동한다. 그 상징을 현대의 맛과 유통 시스템, 이미지 유통 방식(SNS)과 결합했을 때 라벨은 다시 한 번 ‘시장의 언어’가 된다. 두꺼비는 한국 주류 문화에서 캐릭터를 넘어 ‘장면’을 호출하는 상징이다. 포장마차의 흰 스테인리스 상, 은색 잔의 서늘함, 첫 잔을 기울일 때 들리는 유리 소리—이 모든 기억을 한 번에 붙잡는 스위치가 두꺼비다. ‘JINRO is Back’은 그 스위치를 의도적으로 눌렀다. 과거 라벨의 언어를 빌리되, 현재의 미감과 생산 공정으로 다시 번역한 프로젝트였다. 핵심은 형상-색-..

뉴트로 마케팅의 부상과 라벨 디자인의 귀환

21세기 초반, 한국의 음료 패키지 디자인은 ‘미니멀’과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키워드 아래 점점 단순해졌다. 라벨은 색을 줄이고, 서체를 현대화하며, 제품명 외의 장식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MZ세대 소비자들이 ‘뉴트로(Newtro)’라는 이름의 문화적 파도를 일으키면서, 과거의 화려하고 감성적인 라벨 디자인이 다시 부활하기 시작한 것이다. 뉴트로는 단순한 복고(Retro)가 아니라, 과거의 요소를 현재의 시각과 기술로 재해석하는 흐름을 뜻한다. 라벨 디자인의 귀환은 뉴트로 트렌드 속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현상이다. 왜냐하면 라벨은 단순히 상품을 장식하는 포장이 아니라, 한 시대의 시각 문화와 소비자의 기억을 담은 ‘문화 아카이브’이기 때문이다. 1970~80년대 라..

최근 무라벨 트렌드와 과거 라벨 디자인의 대비

한국 음료 시장은 지난 반세기 동안 눈부신 변화를 겪어왔다. 1970~80년대에는 병과 캔에 선명하고 화려한 라벨이 붙어 있는 것이 당연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무라벨(라벨리스) 제품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무라벨은 말 그대로 제품 겉면에 종이나 필름 형태의 라벨을 붙이지 않은 제품을 말한다. 투명 용기와 단순 인쇄만으로 브랜드를 표현하며, 환경 보호와 재활용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과거 라벨은 제품의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였다. 1970~80년대의 라벨은 색상, 서체, 일러스트가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칠성사이다’의 녹색 병과 흰 별 로고, ‘박카스’의 파란 바탕과 굵은 고딕체, ‘밀키스’의 하얀 배경과 귀여운 별 일러..

한자와 한글 혼용의 이유와 소비자 반응

1970~80년대 한국 음료 라벨을 보면, 제품명이나 브랜드명, 심지어 성분 표기에서 한자와 한글이 함께 쓰인 경우가 적지 않다. 오늘날 대부분의 라벨이 한글 중심이거나 영문을 병기하는 것과 비교하면, 당시의 한자 혼용은 독특한 시각적 특징을 만들어냈다. 이는 단순한 표기 습관이 아니라, 시대적 환경과 마케팅 전략이 반영된 결과였다. 우선 당시의 문해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70년대는 한글 전용 정책이 이미 시행 중이었지만, 사회 전반에 한자 사용이 여전히 널리 퍼져 있었다. 신문, 간판, 상표 등에서 한자 표기는 전문성과 권위를 상징했고, 제품명에 한자를 넣으면 ‘격’이 올라간다는 인식이 강했다. 예를 들어 ‘박카스(薄荷水)’라는 표기는 제품명 하단에 작은 한자로 병기되어, 서양식 영문명과 더..

둥근 명조체 vs 각진 고딕체: 브랜드 인식의 차이

1970~80년대 한국 음료 라벨을 살펴보면, 서체 선택 하나만으로도 소비자가 느끼는 브랜드 이미지가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둥근 명조체’와 ‘각진 고딕체’는 디자인적 성격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두 축이었다. 전자는 부드럽고 품격 있는 이미지를, 후자는 강렬하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전달했다. 이 두 서체의 차이는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제품 포지셔닝과 타깃 소비층 전략에 깊게 연결되어 있었다. 둥근 명조체는 획 끝이 살짝 굽어지거나 둥글려져 있으며, 세리프(획 끝 장식)가 있어 글자 형태가 부드럽고 흐름이 유연하다. 이런 특징은 고급스러움과 동시에 친근함을 주기 때문에, 과일주스·우유·차 음료 같은 부드러운 맛의 제품에 자주 사용됐다. 예를 들어 1980년대의 ‘델몬트 주스..

굵은 고딕체의 남성성과 힘: 박카스, 코카콜라 한글병 비교

1970~80년대 한국 음료 라벨 디자인에서 굵은 고딕체는 단순히 가독성이 좋은 서체 그 이상이었다. 두꺼운 획과 직선적인 형태는 힘, 신뢰, 그리고 강한 존재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도구였다. 특히 박카스와 코카콜라 한글병은 굵은 고딕체의 특성을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완벽하게 녹여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두 브랜드의 라벨은 서체만 보아도 제품의 성격과 마케팅 전략이 그대로 드러난다. 박카스 라벨의 고딕체는 매우 단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음과 모음이 균형 있게 배치되면서 획 두께가 일정하고, 획 끝은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이는 의약품에 가까운 자양강장제의 신뢰성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데 적합했다. ‘박카스’라는 글자가 병 중앙에서 또렷하게 시선을 잡아끌었고, 파란색 배경과 대비되어 강렬함을 더..

당시 음료 라벨 속 손글씨체의 감성과 마케팅 효과

1970~80년대 한국 음료 라벨에는 지금과 달리 ‘손글씨체’가 빈번히 사용됐다. 당시 인쇄 환경은 금속활자나 사진식자 방식이 주를 이루었고, 세밀하고 균일한 컴퓨터 폰트는 존재하지 않았다. 디자이너들은 인쇄 제약 속에서 브랜드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직접 붓이나 펜으로 쓴 글씨를 라벨에 적용했다. 손글씨체는 단순히 제품명을 표시하는 도구를 넘어, 소비자에게 첫인상을 각인시키는 중요한 시각 언어였다. 곡선이 살아 있는 필획, 잉크 번짐이 남긴 질감, 여백과 배열의 자유로움은 기계적으로 찍어낸 글자에서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을 전달했다. 손글씨체 라벨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의 성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었다. 해태 ‘코코아’ 라벨은 붓펜으로 쓴 듯한 부드러운 필체와 둥근 획을 사용해 따뜻하고 달콤한 ..

맛은 글자 안에 있었다 – 로고에 담긴 감각적 언어

로고의 언어화 – 단어가 미각을 자극하는 순간1970~80년대 음료 브랜드 로고는 단순한 상표가 아니라, 소비자의 미각과 감정을 직결시키는 시각적 언어였다. 예를 들어, "쌕쌕", "코코팜", "파워에이드"와 같은 이름들은 단어 자체에 리듬감, 의성어적 효과, 그리고 명확한 음성 이미지가 담겨 있었다. 이러한 브랜드 명은 단순한 문자 배열을 넘어서, 마치 혀끝에서 맛이 나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이 시기의 로고들은 대개 부드럽고 둥근 서체를 사용해 음료의 달콤함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거나, 강렬한 직선형 서체로 탄산의 강한 청량감을 표현했다. 단어가 시각화되고, 시각은 다시 미각으로 번역되던 이 독특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브랜드가 단순히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경험되도록 만들었다. 미각의 비주얼..

글자가 그림이 되다 – 브랜드 로고의 시각 언어 분석

브랜드 로고의 출발점 – 단어를 넘어서 시각 상징으로1970~80년대 한국 음료 시장은 단순한 명칭 표기가 아닌, 문자를 이미지로 전환하는 시도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했다. 특히 라벨 디자인의 중심에는 항상 브랜드명이 있었고, 이 브랜드명은 점차 단순한 글씨가 아닌 기억에 각인되는 시각적 오브젝트로 진화했다. 당시에는 디지털 폰트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아, 각 브랜드 로고는 전부 수작업 드로잉이나 금속활자 기반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그 한계 속에서 오히려 글자가 도형처럼 다뤄지며 시각 언어의 힘을 극대화하게 되었고, 이는 ‘읽히는 글자’가 아닌 ‘보이는 로고’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예컨대, “미린다”의 곡선형 로고나, “코코아탄산”의 기울어진 서체는 해당 제품의 감각과 정서를 문자 자체에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