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한국 음료 라벨을 살펴보면, 서체 선택 하나만으로도 소비자가 느끼는 브랜드 이미지가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둥근 명조체’와 ‘각진 고딕체’는 디자인적 성격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두 축이었다. 전자는 부드럽고 품격 있는 이미지를, 후자는 강렬하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전달했다. 이 두 서체의 차이는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제품 포지셔닝과 타깃 소비층 전략에 깊게 연결되어 있었다. 둥근 명조체는 획 끝이 살짝 굽어지거나 둥글려져 있으며, 세리프(획 끝 장식)가 있어 글자 형태가 부드럽고 흐름이 유연하다. 이런 특징은 고급스러움과 동시에 친근함을 주기 때문에, 과일주스·우유·차 음료 같은 부드러운 맛의 제품에 자주 사용됐다. 예를 들어 1980년대의 ‘델몬트 주스..